말을 걸어 주고, 하루 기분을 물어봐 주고, 감정의 결까지 살펴 주는 ‘AI 소셜 컴패니언’ 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의 소재였던 ‘감성 동반자’가 이제 월 몇천 원짜리 구독 상품으로 팔린다. 사람들이 기술에 마음을 맡겨서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필요는 결국 서비스 구조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안부를 묻는 일도, 위로를 건네는 일도 매일 필요해지는 순간 ‘그때그때 알아서’가 아니라 ‘정해진 구조가 알아서’로 넘어간다. 이 문법은 기업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사 안에서 가장 오래된 매일의 케어는 직원의 점심이고, 그래서 점심도 매달 계약으로 돌아가는 월정기 도시락 같은 구독형 구조로 옮겨 가는 중이다.

정서까지 구독하는 시대, 케어의 문법이 바뀌었다
구독의 본질은 할인이 아니라 ‘결정의 위임’이다. 오늘 뭘 들을지 고민하지 않으려고 음악을 구독하고, 뭘 볼지 고르는 피로를 줄이려고 영상을 구독한다. AI 컴패니언의 급증은 이 위임의 범위가 정서의 영역까지 넓어졌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회사가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케어는 어떤가. 명절 선물이나 연 1회 건강검진 같은 이벤트형 복지는 구조화됐지만, 정작 매일 정오마다 반복되는 점심은 아직도 각자 알아서에 맡겨진 곳이 많다. 매일 서른 번, 쉰 번씩 반복되는 ‘오늘 뭐 먹지’라는 결정 비용을 회사가 대신 져 주는 것, 한 달 단위로 메뉴와 단가가 설계되는 월 도시락 체계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반복되는 필요가 구조로 넘어갈 때의 공통점
- 선택의 피로가 사라진다 — 매일의 결정이 계약 시점의 결정 한 번으로 압축된다
- 품질이 평균이 아니라 하한으로 관리된다 — 좋은 날과 나쁜 날의 편차가 줄어든다
- 비용이 예측 가능해진다 — 물가가 출렁여도 계약 기간의 단가는 고정된다
AI가 못 하는 케어는 여전히 물류다
AI 컴패니언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정해진 시간에 따뜻한 한 끼가 물리적으로 도착하는 일이다. 마음의 케어가 알고리즘의 영역이라면 몸의 케어는 여전히 물류의 영역이고, 물류의 품질은 반복의 정확도에서 나온다. 매일 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도착하는 도시락 정기배송 체계가 구축된 회사는, 말하자면 몸의 영역에서 이미 컴패니언을 고용한 셈이다.
외로움도 구독하는 시대에, 매일 정오의 끼니가 아직 ‘각자 알아서’라면 케어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기술 뉴스의 표면은 AI지만, 그 아래를 흐르는 것은 반복되는 필요의 구조화라는 오래된 문법이다. 우리 회사에서 매일 반복되는데 아직 구조가 없는 일은 무엇인가. 그 질문의 첫 번째 답은 대개 정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