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정부의 ‘온라인도매시장 통합물류센터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광주·강릉과 함께 전국 3대 거점이 됐다. 핵심은 크로스도킹—산지에서 올라온 농산물을 창고에 장기 보관하지 않고 즉시 재분류해 배송하는 방식이다. AI 기반 피킹 리스트로 학교급식, 병원, 식자재 마트 등 소비처별 맞춤 소분·합포장까지 해 준다. 대구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총사업비 4,460억원을 들여 신도매시장에 전국 최대 규모의 첨단 온라인 물류센터를 짓는다. 새벽 경매사의 손짓으로 가격이 정해지던, 어쩌면 가장 아날로그적인 시장이 다품종 소량 주문 중심의 온라인 유통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이 농민과 중도매인만의 이야기일까. 농산물마저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시대에, 아직 ‘내 판매 채널’이 없는 판매자라면 쇼핑몰 구축을 더 미룰 이유를 찾기 어렵다.

유통 단계가 줄면, 채널을 가진 쪽이 이긴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본질은 단계 축소다. 산지에서 소비처까지 거치던 다단계 유통이 온라인 주문과 물류센터 하나로 압축된다. 단계가 줄어들 때 이익은 누구에게 갈까—자기 고객과 직접 연결된 채널을 가진 쪽이다. 산지 농가가 온라인 도매시장에 직접 상품을 올리듯, 제조사와 소상공인도 플랫폼 수수료와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는 직판 채널을 가질 때 줄어든 단계의 이익을 자기 몫으로 만든다. 반대로 채널 없이 남의 플랫폼에만 의존하는 판매자는 수수료율이 오를 때마다, 노출 알고리즘이 바뀔 때마다 매출이 출렁이는 처지가 된다.
판매 채널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
- 매출의 대부분이 특정 오픈마켓·플랫폼 한 곳에서 나올 때
- 단골 고객조차 우리 상품을 검색하면 남의 플랫폼으로 들어갈 때
- 수수료와 광고비를 빼고 나면 마진이 몇 년째 제자리일 때
직판 채널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시작은 상품을 직접 팔 수 있는 쇼핑몰 구축이다. 결제·배송·재고까지 갖춘 자사몰은 수수료 없는 매출과 함께 고객 데이터를 남긴다—누가, 무엇을, 언제 다시 사는지는 플랫폼이 절대 넘겨주지 않는 자산이다. 아직 판매까지는 아니어도 회사와 상품의 신뢰를 보여 줄 거점이 필요하다면 홈페이지 개발부터가 순서고, 고객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만큼 어떤 화면에서도 깨지지 않는 반응형 웹 제작은 기본기다. 대구의 물류센터가 9월부터 돌아가듯, 채널은 만들어 두는 쪽이 기회가 왔을 때 잡는다.
농산물 경매장도 온라인이 됐다. ‘우리 업종은 아직’이라는 말이 설 자리는 없다.
150평 물류창고에서 시작된 유통 혁명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단계가 줄어드는 유통에서, 당신은 채널을 가진 쪽인가 의존하는 쪽인가. 답을 준비할 시간은 아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