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를 고치던 노트북이 어느 아침 켜지지 않습니다. 수리 기사는 저장장치를 갈면 된다고 하지만, 그 안에 있던 3년치 거래처 파일은 따로 돌려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실무에서 더 흔한 쪽은 백업을 아예 안 한 회사가 아니라, 백업이 돌고 있었는데 막상 꺼내 보니 열리지 않던 회사입니다.
이 글에서 확인할 것
- 백업해야 할 자료를 세 갈래로 나누는 기준
- 백업이 돌아가는데도 복구가 안 되는 여섯 군데
- 한 달에 한 번 30분이면 끝나는 복구 점검 순서
백업 대상을 세 갈래로 나눈다
첫째는 사람이 만든 문서입니다. 견적서, 계약서, 도면, 제안서, 현장 사진처럼 한 번 사라지면 누구도 다시 만들어 줄 수 없는 자료입니다. 용량은 크지 않은데 흩어져 있는 것이 문제라, 대부분 직원 개인 PC의 바탕화면과 다운로드 폴더에 흩어져 있습니다.
둘째는 프로그램이 쌓아 둔 자료입니다. 회계 프로그램의 장부, 쇼핑몰 주문 내역, 재고 프로그램, 업무용 메일함이 여기 들어갑니다. 이 갈래는 폴더를 통째로 복사한다고 살아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내보내기나 백업 기능을 써서 따로 파일을 만들어야 나중에 같은 프로그램으로 다시 불러올 수 있습니다.
셋째는 설정과 열쇠입니다. 서버 접속 정보, 인증서 파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번호, 공유기와 CCTV 설정, 도메인 관리 계정이 여기 속합니다. 용량으로 치면 몇 메가바이트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없으면 복구 시간이 하루에서 일주일로 늘어납니다. 자료는 다 살렸는데 서버에 들어갈 방법이 없어 멈춰 있는 상황이 실제로 자주 생깁니다.

백업이 돌아가는데도 복구가 안 되는 여섯 군데
첫 번째는 동기화를 백업으로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클라우드 드라이브는 내 PC의 상태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파일을 지우면 클라우드에서도 지워지고, 악성코드가 파일을 못 쓰게 바꿔 놓으면 그 상태가 그대로 올라갑니다. 지난 버전으로 되돌리는 기능이 있는지, 되돌릴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서비스마다 다르니 설정 화면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대상 폴더가 빠진 경우입니다. 문서 폴더만 지정해 두면 바탕화면, 다운로드 폴더, 메일 프로그램이 파일을 쌓아 두는 위치가 통째로 빠집니다. 정작 마지막으로 만진 파일이 이 세 곳에 있는 일이 많습니다.
세 번째는 외장 저장장치를 늘 꽂아 두는 습관입니다. 상시 연결된 저장장치는 감염되면 같이 망가지고, 도난이나 정전 피해도 함께 입습니다. 백업이 끝나면 뽑아서 다른 방이나 다른 건물에 두는 것만으로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네 번째는 백업 파일 자체가 열리지 않는 경우입니다. 압축 암호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거나, 백업을 만든 프로그램 버전과 지금 설치된 버전이 달라 불러오기가 막힙니다. 다섯 번째는 실패 알림을 아무도 보지 않는 경우로, 로그를 열어 보면 몇 달 전부터 같은 오류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복구 방법을 한 사람만 아는 상태입니다. 그 사람이 휴가 중이거나 퇴사한 뒤에 사고가 나면 백업이 있어도 손을 못 댑니다.
자료 종류별 보관 위치와 복구 확인 방법
아래 표는 작은 사무실에서 실제로 백업 대상이 되는 자료를 종류별로 정리한 것입니다. 프로그램마다 메뉴 이름이 다르므로 화면 경로는 넣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 자료를 여섯 줄에 대입해 보면 어느 줄이 비어 있는지 바로 보입니다.
| 자료 종류 | 어디에 둘 것인가 | 주기 | 복구되는지 보는 법 |
|---|---|---|---|
| 견적서·계약서 문서 | 공용 저장소 한 벌, 외장 저장장치 한 벌 | 매일 자동 | 지난달 파일 하나를 다른 PC에서 열어 보기 |
| 회계·세무 프로그램 자료 | 프로그램 백업 기능으로 만든 파일을 별도 폴더에 | 신고 마감 때마다 | 백업 파일을 다른 PC에 불러와 잔액 대조 |
| 홈페이지·쇼핑몰 | 호스팅 백업과 내려받은 사본 두 군데 | 주 1회 | 내려받은 압축을 풀어 이미지 폴더까지 확인 |
| 업무용 메일 | 메일 계정 내보내기 파일 | 분기 1회 | 내보낸 파일을 메일 프로그램으로 가져오기 |
| 현장 사진·도면 | 촬영 당일 공용 저장소로 옮기고 기기에서 삭제 | 작업 끝날 때마다 | 폴더 장수를 작업일지와 대조 |
| 접속 정보·인증서 | 인쇄본은 금고, 파일은 암호 걸어 분리 보관 | 바뀔 때마다 | 담당자 아닌 사람이 한 번 열어 보기 |
두 번째 줄과 여섯 번째 줄이 가장 자주 빠집니다. 회계 자료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저장한다고 믿고 넘어가는데, 그 프로그램이 깔려 있던 PC가 고장 나면 파일이 어디 있었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접속 정보는 아예 백업 목록에 들어가 있지도 않은 회사가 많습니다. 자료를 다 살려 놓고 서버에 못 들어가 이틀을 보내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복구 점검
먼저 목록부터 만듭니다. 종이 한 장에 자료 종류, 지금 저장된 위치, 백업이 저장되는 위치, 담당자를 한 줄씩 적습니다. 이 단계에서 백업 대상에 아예 안 들어가 있던 자료가 두세 개 나옵니다. 목록이 없으면 무엇이 빠졌는지 영원히 모릅니다.
그다음 사본을 두 벌로 만들고 한 벌은 사무실 밖으로 뺍니다. 원본과 같은 건물, 같은 콘센트에 물려 있는 사본은 화재나 정전 앞에서 한 몸입니다. 대표 자택이나 다른 지점, 또는 클라우드 저장소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세 번째로 자동으로 돌게 만들고 실패 알림을 받을 사람을 지정합니다. 사람이 기억해서 돌리는 백업은 바쁜 달에 반드시 건너뜁니다. 알림은 메일보다 휴대폰으로 오게 하고, 성공 알림은 꺼도 실패 알림은 켜 둡니다.
마지막이 실제 점검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백업 파일에서 아무 파일이나 세 개를 골라 다른 PC에 복구해 봅니다. 복구한 파일을 열어 내용이 온전한지 보고, 걸린 시간을 적어 둡니다. 이 30분이 사고 당일의 하루를 줄여 줍니다.
파일이 흩어지지 않게 만드는 구조
백업을 잘 돌리는 것보다 자료가 흩어지지 않게 만드는 쪽이 품이 덜 듭니다. 문서를 각자 PC에 두고 필요할 때 메신저로 주고받는 방식이면 백업 대상이 직원 수만큼 늘어납니다. 처음부터 사내 업무 공간에 올려 두고 거기서 열어 쓰는 구조라면 백업해야 할 곳이 한 군데로 줄어듭니다. 결재와 문서 보관을 같이 묶으려는 회사는 그룹웨어 구축을 검토하면서 저장 위치를 한 번에 정리하기도 합니다.
회계, 재고, 주문, 인사 자료가 각각 다른 프로그램에 들어 있으면 백업도 네 번 따로 해야 하고, 복구할 때 시점이 어긋나 숫자가 맞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프로그램을 늘리기 전에 흩어진 업무 자료를 한곳으로 묶는 시스템 통합 쪽이 나은지 먼저 따져 보는 편이 좋습니다.
외주로 만든 사내 웹 시스템이 있다면 파일과 데이터베이스를 함께 받아야 복구가 됩니다. 소스만 있고 데이터가 없으면 빈 화면만 살아납니다. 어플제작.com처럼 개발을 맡긴 업체가 있다면 백업 파일이 어디에 쌓이는지, 복구 작업이 유지보수 범위에 들어가는지를 계약서에서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점검 목록과 정리
아래 일곱 줄에 예와 아니오로 답해 봅니다. 아니오가 두 개를 넘으면 지금 백업은 사고가 났을 때 기대한 만큼 버티지 못합니다.
- 백업 목록에 회계 프로그램 자료와 업무용 메일이 들어 있는가
- 바탕화면과 다운로드 폴더가 백업 대상에 포함돼 있는가
- 사본 두 벌 중 한 벌은 사무실 밖이나 상시 연결되지 않은 곳에 있는가
- 백업 실패 알림을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가
- 최근 석 달 안에 파일을 실제로 복구해 본 적이 있는가
- 접속 정보와 인증서가 문서와 따로 보관돼 있는가
- 담당자가 없어도 다른 사람이 복구 절차를 따라 할 수 있는가
백업은 장비를 사는 일이 아니라 습관을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목록 한 장, 사본 두 벌, 한 달에 한 번 복구 시험. 이 세 가지만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는 도구가 알아서 합니다. 반대로 이 셋이 없으면 아무리 비싼 장비를 들여도 사고 당일에 열리지 않는 파일만 남습니다.
백업은 복사해 둔 상태가 아니라, 필요한 날 30분 안에 되돌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