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주춤하던 은행 점포 축소가 다시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전국 영업점 29곳과 출장소 8곳, 모두 37곳을 통폐합했다. 흐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은행 점포는 2020년 3,304곳에서 지난해 2,685곳으로 19% 가까이 줄었다. 5년 새 다섯 곳 중 한 곳이 사라진 셈이다. 사라진 창구의 빈자리를 우체국이 대신 받는 ‘은행대리업’ 시범사업까지 시작됐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은행의 얼굴은 이제 지점이 아니라 앱과 웹이다. 여기서 다른 업종이 읽어야 할 것이 있다. 연간 수조 원을 버는 은행들이 목 좋은 자리의 지점을 접는 이유는 단순하다—고객이 더는 거기서 은행을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이 회사를 처음 만나는 곳이 화면이 된 시대, 몇 년째 방치된 회사 홈페이지는 셔터 내린 지점과 다르지 않다. 홈페이지 리뉴얼이 비용이 아니라 점포 관리인 이유다.

지점이 하던 일을 이제 화면이 한다
은행 지점이 하던 일을 떠올려 보자. 상품을 안내하고, 신뢰를 주고, 상담을 받고, 계약을 처리했다. 지금 그 일은 대부분 앱과 웹에서 일어난다. 다른 업종도 똑같다. 고객은 방문 전에 검색하고, 홈페이지에서 회사의 인상을 정하고, 화면에서 문의와 예약과 구매를 끝낸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사무실이 아무리 번듯해도 고객이 처음 만나는 것은 화면이라면, 그 화면이 곧 본점이다. 그런데 많은 회사가 매장 인테리어는 몇 년마다 바꾸면서 홈페이지는 개업 때 만든 그대로 둔다. 스마트폰에서 글자가 깨지고, 최신 소식이 2~3년 전에 멈춰 있는 홈페이지는 고객에게 “관리 안 되는 회사”라는 첫인상을 준다.
우리 회사 ‘화면 지점’이 낡았다는 신호
- 스마트폰으로 열면 레이아웃이 깨지거나 글자가 작아 확대해야 할 때
- 홈페이지의 최신 소식·실적이 몇 년 전에 멈춰 있을 때
- 광고나 검색으로 들어온 고객이 문의 없이 바로 이탈할 때
화면 지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오래된 홈페이지가 있다면 새로 짓기 전에 홈페이지 리뉴얼부터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 쌓아 온 콘텐츠와 검색 자산은 살리면서 구조와 속도, 모바일 화면을 지금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꾸미기가 아니라 동선이다. 고객이 3초 안에 “무슨 회사인지” 알고, 세 번의 터치 안에 문의·예약·구매에 닿게 만드는 웹 디자인이 화면 지점의 인테리어에 해당한다. 광고와 검색으로 유입이 일어나는 회사라면, 들어온 고객을 한 페이지 안에서 설득해 전환까지 끌고 가는 랜딩페이지 디자인을 더해 접점별로 전용 창구를 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지점을 줄인 은행들이 앱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고객이 회사를 만나는 곳이 화면이라면, 화면이 곧 본점이다.
은행 점포 축소 뉴스는 오프라인 접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가장 보수적인 업계의 공식 선언이다. 우리 회사의 ‘화면 지점’은 지금 손님을 맞을 상태인가. 개업 이후 한 번도 손보지 않았다면, 셔터를 반쯤 내린 채 영업해 온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