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와이파이로 메일을 확인하고, 버스 안에서 개인 휴대폰으로 결재를 올리고, 집 컴퓨터로 관리자 화면에 들어가는 일이 이제 특별하지 않습니다. 편해진 만큼 회사 시스템의 문이 사무실 밖으로 옮겨 온 셈인데, 그 문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열 수 있는지 정해 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기준은 사고가 난 뒤에 만들면 늦고, 지금 만들면 한 장이면 됩니다.
이 글에서 확인할 것
- 외부 접속을 장소·기기·계정 세 갈래로 나눠 보는 이유
- 사고가 와이파이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나는 구조
- 상황별 허용 기준 표와 기준을 정하는 순서
외부 접속은 세 갈래로 나눠서 본다
외부 접속이라고 하면 보통 어디서 접속하느냐만 떠올립니다. 실제로는 세 가지가 따로 움직입니다. 어디서 접속하느냐 하는 장소, 무엇으로 접속하느냐 하는 기기, 누구의 이름으로 접속하느냐 하는 계정입니다. 공용 와이파이는 장소의 문제이고, 개인 휴대폰은 기기의 문제이며, 퇴사자 계정이 살아 있는 것은 계정의 문제입니다. 세 가지를 한 덩어리로 “외부 접속 보안”이라고 부르면 와이파이 이야기만 하다가 끝납니다.
세 갈래는 서로 대신하지 못합니다. 회사 노트북이라도 계정 비밀번호가 다른 사이트와 같으면 뚫리고, 계정이 튼튼해도 기기에 화면 잠금이 없으면 분실 한 번에 열립니다. 그래서 기준도 세 갈래마다 따로 한 줄씩 있어야 합니다.
어떤 시스템에 들어가느냐도 같이 봅니다. 사내 공지 게시판과 고객 개인정보가 있는 관리자 화면은 같은 조건으로 열어 줄 이유가 없습니다. 시스템을 민감한 순서로 줄 세워 두면 기준을 정할 때 훨씬 쉬워집니다.

사고는 와이파이보다 다른 곳에서 난다
공용 와이파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요즘 대부분의 서비스는 통신 구간이 암호화되어 있어서 같은 와이파이에 앉아 있다고 내용을 바로 읽어 가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사고는 다른 곳에서 납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새어 나간 비밀번호를 회사 계정에도 그대로 쓰고 있어서 누가 그냥 로그인해 들어오는 경우, 화면 잠금 없는 휴대폰을 택시에 두고 내린 경우, 회사를 떠난 사람의 계정이 몇 달째 살아 있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가짜 와이파이나 가짜 로그인 화면으로 계정을 받아 가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때 방어는 와이파이를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비밀번호 하나만으로는 로그인이 안 되게 해 두는 것입니다. 두 번째 확인 단계가 있으면 비밀번호가 새어도 문이 바로 열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준의 순서도 계정, 기기, 장소 순입니다. 장소는 마지막입니다.
상황별 허용 기준 표
아래 표는 자주 생기는 여섯 가지 상황을 놓고, 어떤 조건이면 열어 주고 어떤 조건이면 막을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회사마다 시스템의 민감도가 다르니 마지막 칸은 자기 회사에 맞게 고쳐 씁니다.
| 상황 | 열어 주는 조건 | 막는 조건 |
|---|---|---|
| 회사 노트북, 집 인터넷 | 두 단계 로그인 + 디스크 암호화 | 화면 잠금 없음 |
| 회사 노트북, 카페 와이파이 | 회사 연결망 접속 후 사용 | 연결망 없이 관리자 화면 접속 |
| 개인 휴대폰, 이동 중 | 업무 앱만 허용 + 원격 삭제 등록 | 브라우저로 관리자 화면 접속 |
| 개인 컴퓨터, 집 | 공지·일정 같은 낮은 단계 시스템만 | 고객 정보 화면과 파일 내려받기 |
| 외주 인력, 외부 사무실 | 기간 정한 별도 계정 + 접속 기록 | 직원 계정 공유 |
| 퇴사·계약 종료 | 마지막 근무일 당일 계정 정지 | 인수인계 핑계로 계정 유지 |
표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줄은 마지막 두 줄입니다. 외주 인력에게 직원 계정을 빌려주고, 나간 사람의 계정을 “혹시 몰라서” 남겨 두는 회사가 많습니다. 두 줄만 지켜도 사고의 절반은 사라집니다.
기준을 정하는 순서
순서는 계정부터입니다. 모든 시스템에 두 단계 로그인을 켜고, 회사 계정 비밀번호를 다른 곳에서 쓰지 않는다는 규칙을 문서로 남깁니다. 계정을 만들고 없애는 사람을 한 명으로 정하고, 입사·퇴사·외주 계약 종료가 그 사람에게 당일 전달되도록 인사 절차와 묶습니다.
그다음이 기기입니다. 회사 기기는 화면 잠금과 디스크 암호화를 기본으로 켜고, 개인 기기로 업무 앱을 쓰게 할 거라면 분실 시 회사 자료만 지울 수 있는 원격 삭제를 등록한 기기만 허용합니다. 업무 앱을 따로 만드는 회사라면 웹 화면을 그대로 감싼 하이브리드앱 형태가 흔한데, 이때도 앱 안에서 기기 등록과 두 단계 확인을 거치도록 처음부터 넣어 두어야 합니다. 나중에 붙이면 사용자 전원이 다시 등록하는 일이 생깁니다.
장소는 마지막입니다. 관리자 화면처럼 민감한 시스템은 회사 연결망을 거친 접속만 받고, 나머지는 두 단계 로그인이 켜져 있으면 장소를 묻지 않는 식으로 단순하게 정합니다. 장소 기준이 복잡하면 아무도 지키지 않습니다.
시스템을 만드는 쪽에서 넣어 둘 것
기준을 사람에게만 맡기면 바쁜 날 무너집니다. 시스템 자체에 장치를 넣어 두면 사람이 잊어도 막힙니다. 로그인 기록에 접속한 기기와 대략의 위치를 남기고, 새 기기에서 로그인하면 본인에게 알림이 가게 하고, 한동안 쓰지 않은 계정은 자동으로 잠기게 합니다. 이런 항목은 외주 앱 개발 업체에 맡길 때 요구사항 목록에 처음부터 적어야 나중에 추가 비용 없이 들어갑니다.
화면도 거듭니다. 새 기기 확인, 두 단계 인증, 기기 등록 같은 단계가 번거로우면 사용자가 우회할 길을 찾습니다. 로그인 화면의 UI/UX 설계 단계에서 이 단계들을 짧고 분명하게 만들어 두면 규칙이 지켜지는 비율이 올라갑니다. 보안은 막는 장치보다 지키기 쉬운 장치가 더 오래 갑니다.
점검 목록과 정리
- 외부 접속 기준을 장소·기기·계정 세 갈래로 나눠 적었는가
- 모든 시스템에 두 단계 로그인이 켜져 있는가
- 회사 기기의 화면 잠금과 디스크 암호화가 기본으로 켜져 있는가
- 개인 기기는 원격 삭제 등록을 조건으로 허용하는가
- 외주 인력에게 기간이 정해진 별도 계정을 주는가
- 퇴사·계약 종료 당일 계정을 정지하는 담당자와 절차가 있는가
- 민감한 시스템은 회사 연결망을 거친 접속만 받는가
외부 접속의 문은 이미 열려 있습니다. 문제는 그 문을 닫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으로 여는지를 정해 두었느냐입니다. 계정, 기기, 장소 순으로 한 줄씩 기준을 세우고 시스템에 장치로 넣어 두면, 직원이 어디서 일하든 회사 자료는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와이파이를 막는 것이 아니라, 비밀번호 하나로 열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