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면이 총수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졌다. 이재용·최태원·정의선이 미국 빅테크 수장들과 이른바 ‘AI 회동’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같은 날 산업 장관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일회성 기부를 넘어 ‘사회적 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에서는 조 단위 AI 투자가,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투자가 화두다. 방향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기업의 경쟁력은 최신 기술을 사들이는 데서만 나오지 않고, 사람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조건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조건의 가장 밑바닥, 가장 매일 반복되는 것이 의외로 사소하게 취급된다. 바로 식사다. 대규모 투자를 논하는 회사가 정작 직원 수십 명의 점심은 매일 즉흥으로 때우고 있다면, 그 회사의 ‘기본’은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거창한 복지 제도 이전에, 매일의 끼니를 회사 도시락처럼 시스템으로 돌려 두는 것부터가 사람에 대한 투자의 출발점이다.

투자는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회적 투자’라는 말은 멀리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이 낭비 없이 일하게 만드는 모든 결정을 뜻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낭비가 발생하는 지점 중 하나가 식사다. 매일 정오마다 “오늘 뭐 먹지”로 시작해 메뉴 취합, 주문, 수령, 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 비용이다. 총무 담당자의 하루 30분, 팀원들의 우왕좌왕하는 20분이 매일 증발한다. 이 결정을 매일 새로 하는 회사와, 한 번의 계약으로 한 달을 커버하는 회사는 시간에서만 갈리는 게 아니다. 매일 주문은 단가 협상력이 없지만, 기간을 묶은 정기 도시락 계약은 수량이 예측되는 만큼 단가와 식단 품질에서 유리하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이렇게 작고 매일인 결정에서 시작된다.
우리 회사 식사가 ‘방치’라는 신호
- 점심 주문·취합 담당이 암묵적으로 지정돼 있을 때
- 식대가 월말 법인카드 영수증 뭉치로만 관리될 때
- 야근·주말 근무 때 식사가 매번 즉흥으로 해결될 때
가장 빈도 높은 것부터 시스템으로
거창한 제도 도입이 부담스럽다면, 빈도가 가장 높은 것 하나부터 정기화하면 된다. 식사가 첫 후보인 이유는 단순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 직원이 관련되며, 매번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 단위로 식수 인원과 예산을 정해 두는 월정기 도시락 계약은 도입에 공사도 장비도 필요 없고 다음 달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인원 변동이 잦아도 주 단위 조정만 반영하면 되니 관리 부담이 매일에서 월 1회로 줄고, 식대는 청구서 한 장으로 정리된다. 총수들이 조 단위를 어디에 투자하든, 내 회사의 경쟁력은 결국 우리 직원이 오늘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가에서 시작된다.
회사의 수준은 신기술 도입 목록이 아니라, 직원이 매일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먹는가에서 드러난다.
AI 회동과 사회적 투자라는 큰 말들 사이에서 놓치기 쉬운 사실이 하나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 정오, 우리 회사의 점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확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