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가격 인상 소식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원가 부담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라면과 빵, 즉석조리식품, 음료까지 차례로 조정됐고, 국제 곡물 시장도 기상이변과 수출 제한 변수로 흔들리는 중이다. 미국 밀 생산이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회사 입장에서 이 흐름은 내년 초까지 식대 단가가 계속 밀려 올라간다는 뜻으로 읽힌다.

단가보다 운영에서 더 많이 샌다
식대 예산을 다시 짤 때 대부분은 1인당 금액부터 손댄다. 그런데 실제로 결산해 보면 인상분보다 큰 금액이 다른 곳에서 빠져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다.
- 결제 경로가 흩어져 있다: 법인카드, 개인 결제 후 정산, 부서별 계정이 섞이면 같은 항목이 두 번 잡히거나 아예 누락된다.
- 인원 오차가 매일 발생한다: 외근·휴가 인원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고정 수량으로 운영하면 버려지는 몫이 그대로 비용이다.
- 야근·행사 지출이 예산 밖에 있다: 정규 식대는 관리하면서 비정기 지출은 통제 없이 늘어난다. 연말에 몰아서 드러난다.
즉 단가 협상은 한 번에 몇 퍼센트를 아끼는 일이지만, 운영 정리는 매달 새는 것을 막는 일이다. 순서를 바꿔야 효과가 난다.
먼저 고정하고, 그다음에 협상한다
비용 구조를 손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반복되는 항목부터 고정값으로 바꾸는 것이다. 인원과 요일이 대체로 일정한 조직이라면 밥이요처럼 회사 도시락을 정기로 받는 방식으로 기준선을 잡아 두면 결제 경로가 하나로 모이고, 월 단위 지출이 예측 가능한 숫자가 된다. 몇 달 이상 같은 조건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면 도시락 정기배송 방식이 단가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공급자 입장에서 물량이 예측되면 인상 시점을 늦춰 주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프로젝트 마감이나 야간 근무처럼 일시적으로만 늘어나는 인원은 고정 계약에 넣지 않는 편이 낫다. 필요한 날만 도시락 배달로 처리하고 그 지출을 별도 항목으로 분리해 두면, 어느 달에 왜 늘었는지가 결산에서 바로 보인다. 고정과 변동을 섞어 두면 어느 쪽도 관리되지 않는다.
계약서에 넣어 둘 세 문장
- 단가 조정 조건: 인상 통보 기한과 조정 주기를 명시한다. 없으면 통보받는 대로 따라가게 된다.
- 수량 변경 마감 시각: 전날 몇 시까지 인원을 확정할지 정한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깨지는 약속이다.
- 최소 수량과 해지 조건: 줄여야 할 국면에서만 효력이 생긴다. 늘릴 때 미리 넣어 둬야 한다.
만족도를 지키는 최소 조건
비용을 줄이면 대개 만족도가 함께 떨어진다. 다만 구성원이 실제로 불만을 느끼는 지점은 금액보다 예측 불가능성인 경우가 많다. 매달 기준이 바뀌거나, 어떤 날은 되고 어떤 날은 안 되는 상태가 반복되면 같은 금액을 써도 평가가 나빠진다. 기준을 한 번 공지하고 분기 단위로만 조정하는 편이 체감이 낫다.
식대 예산이 무너지는 원인은 대개 단가 인상이 아니라, 매달 다시 정하느라 생기는 오차의 누적이다.
정리하면 원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총무가 먼저 할 일은 협상이 아니라 정리다. 이번 달 지출을 고정·변동 두 칸으로만 나눠 보자. 그 표에서 어느 칸이 통제 밖인지가 드러나면, 협상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