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책 금융상품이 신청 접수에는 사람이 몰렸는데 실제 계약은 저조해 예산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나왔다. 홍보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들어오는 사람 수와 끝까지 가는 사람 수는 완전히 다른 숫자라는 이야기다. 이 구조는 정책 상품만의 일이 아니다. 문의가 많은데 계약이 적은 회사, 장바구니는 담기는데 결제가 안 되는 쇼핑몰이 전부 같은 자리에서 새고 있다.

사람은 관심이 식어서가 아니라 막혀서 나간다
중간에 이탈한 사람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지금 말고 나중에 하려고요.” 실제 이유는 다른 경우가 많다. 필요한 서류 이름을 못 알아들었거나, 본인인증에서 한 번 튕겼거나, 모바일 화면에서 입력칸이 작아 오타가 나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거나다. 포기의 이유는 대부분 마음이 아니라 화면에 있다. 그래서 “더 알리자”는 대책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비율로 다시 새고, 광고비만 늘어난다.
어디서 새는지 먼저 숫자로 본다
개선의 출발점은 감이 아니라 구간별 숫자다. 방문 → 시작 → 정보 입력 → 인증 → 완료의 다섯 단계에서 각각 몇 명이 남는지 세어 보면 유난히 뚝 떨어지는 한 칸이 반드시 있다. 그 한 칸을 고치는 것이 나머지 전부를 손대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신청을 받는 페이지가 회사 소개와 뒤섞여 있다면 목적이 하나뿐인 페이지로 분리하는 랜딩페이지 디자인 작업만으로도 완료율이 올라가는 경우가 흔하다.
줄일 것은 항목, 늘릴 것은 안내
입력 항목은 회사 편의로 늘어난다. “나중에 쓸 수도 있으니까” 받아 둔 항목이 하나씩 쌓여 열 칸이 되고, 그 열 칸이 신청자를 돌려보낸다. 지금 당장 쓰지 않는 항목은 빼고, 꼭 필요한 항목은 왜 필요한지 한 줄로 설명을 붙인다. 진행 표시로 몇 단계가 남았는지 보여 주고, 오류가 났을 때는 “입력값을 확인하세요” 대신 어느 칸이 왜 틀렸는지 그 칸 옆에 적어 준다. 이런 규칙을 화면 전체에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UI/UX 설계의 실무이고, 디자인 취향 문제가 아니라 완료율 문제다.
한 번에 끝나지 않는 신청이라면
서류를 떼어 와야 하거나 가족과 상의해야 하는 신청은 애초에 한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때 저장 없이 닫히는 화면은 그 사람을 영영 잃는다. 작성 중인 내용을 임시 저장하고, 링크 하나로 이어서 쓰게 하고, 남은 서류를 알려 주는 정도의 기능이면 충분하다. 앱까지 만들 필요 없이 브라우저에서 도는 웹앱 제작 수준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돌아올 길을 열어 두는 것이 새 광고를 한 번 더 돌리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
신청서를 여는 사람은 이미 설득된 사람이다. 그 다음 화면에서 설득을 다시 시작하면 안 된다.
예산이 남는 상품과 문의가 계약으로 안 가는 회사는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관심을 더 모으는 일보다, 이미 손을 든 사람이 끝까지 가도록 길을 정리하는 일이 먼저다. 우리 신청 화면을 처음 보는 사람의 속도로 직접 한 번 끝까지 통과해 보면 어디가 막혀 있는지 대개 그 자리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