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크는 조직에서 가장 먼저 깨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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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과 오픈AI가 나란히 조 단위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상장은 결과이고, 그 앞에는 인원과 조직이 몇 배로 늘어나는 구간이 있다. 이 구간을 지나 본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회사가 커질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제품이 아니라 하루의 운영이라는 것이다. 서른 명일 때 아무 문제가 없던 방식이 백 명이 되는 순간 전부 삐걱거린다.

조직 운영 기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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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늘면 일이 아니라 결정이 늘어난다

인원이 두 배가 되면 해야 할 일도 두 배가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늘어나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로다. 열 명일 때는 옆자리에 물어보면 끝나던 일이, 백 명이 되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이때 조직의 시간을 갉아먹는 것은 큰 의사결정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아주 작은 결정들이다.

회의실을 어디로 잡을지, 지출 결재를 누가 승인하는지,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할지 같은 문제다. 하나하나는 몇 분짜리지만 인원수만큼 곱해지고 근무일수만큼 반복된다. 그래서 성장기의 조직에 필요한 건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더 이상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기본값이다.

기본값이 없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신호

  • 정오 전후 30분 동안 팀이 통째로 흩어지고, 오후 첫 회의 시작이 늘 15분씩 밀린다.
  • 새로 입사한 사람이 첫 주에 “이건 누구한테 물어보면 되나요”를 하루 다섯 번 이상 한다.
  • 월말마다 소액 영수증 정리에 관리 인력의 하루가 통째로 들어간다.
  •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답이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이 신호들의 공통점은 비용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익계산서 어디에도 ‘결정하느라 쓴 시간’ 항목은 없다. 그래서 대개 문제로 인식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로 뭉뚱그려 나타난다.

도구를 붙이기 전에 정해야 할 기본값

성장기에 흔한 실수는 협업 도구부터 도입하는 것이다. 도구는 이미 정해진 규칙을 빠르게 만들어 줄 뿐, 규칙이 없는 상태를 대신 정해 주지는 않는다. 순서를 바꾸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같은 효과가 난다. 먼저 정할 기본값은 대체로 세 가지다.

  • 시간의 기본값: 회의를 잡을 수 있는 시간대와 잡지 않는 시간대를 정한다. 집중 시간이 하루에 두 덩어리는 남아야 한다.
  • 기록의 기본값: 결정은 말이 아니라 한 곳에 적는다. 어디에 적는지가 통일되지 않으면 문서가 늘어날수록 더 못 찾는다.
  • 끼니의 기본값: 매일 정해진 시간에 먹을 것이 도착하면, 그 앞뒤로 일정이 저절로 정렬된다.

세 번째가 사소해 보이지만 체감 효과는 가장 빠르다. 점심을 어떻게 할지 매일 새로 정하는 조직은 그 30분을 매일 잃는다. 인원이 일정 규모를 넘어선 회사들이 직장인 도시락이나 회사 도시락 형태로 공급을 묶어 두는 것도 복지 때문만은 아니다. 결정 자체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결정이 사라지면 그 시간에 남는 것은 집중이다.

반복되는 일은 자동화보다 계약이 빠르다

반복 업무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시스템을 만들어 자동화하거나, 외부와 계약해서 아예 우리 일에서 빼는 것이다. 성장 구간에서는 후자가 훨씬 빠르고 싸다. 자동화는 만드는 데 몇 달이 걸리고, 만드는 동안에도 그 일은 계속 발생한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그 일이 우리 제품의 경쟁력과 직접 연결되는가를 묻고, 아니라면 계약 대상이다. 급여 계산, 사무 비품, 식사 공급이 대표적이다. 인원 변동이 잦은 시기라면 도시락 주문처럼 수량을 주 단위로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이 관리하기 편하다. 계약할 때는 단가보다 변경 통보 기한과 최소 수량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성장기에는 인원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조직이 커질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칙이 아니라, 더 이상 정하지 않아도 되는 기본값이다.

큰 회사들의 상장 소식은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열 명이 스무 명이 되는 회사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이번 주에 하나만 정해 본다면, 매일 반복되는 결정 중 가장 자주 오가는 것 하나를 골라 기본값으로 못 박아 두자. 나머지 정리는 거기서부터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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